나의 시편들

은사시나무 이파리

금강수 2021. 8. 31. 20:42

은사시나무 이파리 詩 / 靑林 금강수 강남 갈 제비가 떠남을 예비하는 가을의 언저리에 망연자실한 채 먼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 시가 서정적이어야 한다는 사치로움은 뜬구름과 같다 은사시나무가 뚫린 길로 걸어 보아라 바람에 잎사귀가 뒤집어지는 잔물결이 꽃무리처럼 눈이 부시지 않은가 꽃이라고 보았던 게 파란 이파리 뒷면의 은빛 변신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밀려오는 수치심을 어쩌랴 믿는다는 것은 이와 같이 눈의 착시일 수도 몰랐던 허상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서로 간에 공통분모를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데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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