은사시나무 이파리
詩 / 靑林 금강수
강남 갈 제비가 떠남을 예비하는
가을의 언저리에 망연자실한 채
먼 하늘을 바라만 보고 있다
무엇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
기막힌 현실 앞에 시가 서정적이어야 한다는
사치로움은 뜬구름과 같다
은사시나무가 뚫린 길로 걸어 보아라
바람에 잎사귀가 뒤집어지는 잔물결이
꽃무리처럼 눈이 부시지 않은가
꽃이라고 보았던 게 파란 이파리
뒷면의 은빛 변신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
밀려오는 수치심을 어쩌랴
믿는다는 것은 이와 같이 눈의 착시일 수도
몰랐던 허상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서로 간에
공통분모를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데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