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에겐 예약이 없다
詩 / 靑林 금강수
우리가 이렇게 만났다
웃는 얼굴로 헤어지지만
내일 또다시 이 자리에서
만날 수 있을지 예약이 없다
높은 하늘에 별이 총총
하얀 박을 둘로 쪼개어놓은 듯
반달이 두둥실 떠올라
내일 또다시 이 자리에서
저 아름다운 별과 달을 지켜
볼 수 있을지 예약이 없다
가을바람이 소슬해
으스스한 추위감을 느껴도
분위기는 모닥불처럼 붉게 타올라
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가을밤을
즐길 수 있을지 우리에겐 예약이 없다
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
주머니 속에 넣고 돌아가면서
언제 또다시 꺼내어놓을까
너와 내가 사는 게 예약이 없다
우리가 이렇게 만났다
웃는 얼굴로 헤어지지만
돌아서면 남남으로 또 다른
타인이 되어 서로 마주 볼 수 없는
입장이 될 수 있으니......
외로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
결코 자만하지 않고
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법
어느 날 갑자기 옆자리가 시립도록
떠나버린 사람을 애타게 찾아도
우리에겐 뼈를 깎는 회한만 쌓일 뿐
인생은 어차피 예약이 없다.